[이 글은 어느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저흰 30대 중반 부부이고, 결혼 5년차입니다.

저도 맞벌이 하다가 일 그만둔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은 프리랜서, 재택근무 형태로 하고 있는데, 연봉의 한 삼분의 일 쯤 번다고 할까요.

그러니 집안 경제에 큰 보탬은 안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 역시 여자가 됐든 남자가 됐든 집안일은 전업주부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이게 참 말 한마디의 힘인데요.

 

제 남편 자랑 좀 해 보겠습니다.^^;;

맞벌이 할 때 남편이 그러더군요.

남자가 여자보다 체력, 근력 등이 높으니 맞벌이 할 때는 분담이 아니라 남자가 집안일을 하는 게 맞다. 그리고 너가 일하면서 회사일 외에 다른 걸로 스트레스 받지 않길 바란다며...

그래서 그때 남편이 집안일을 더 많이 했습니다.

제가 주말에 늦잠을 많이 잤는데, 제가 잘 때 남편이 하는 일은 세탁기 돌려 빨래 널고 근처 빵집 가서 따뜻한 빵 사와 커피와 함께 주거나 또는 늦은아침을 차려놓고 제 잠을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집안일 당연 제가 합니다.

그런데요. 남편 이럽니다.

어쩌다 주말에 제가 빨래 널고 있음 같이 나와서 넙니다.

그래서 오빤 들어가서 TV봐 하면, 이거 빨리 널어야 같이 TV보지.

어쩌다 남편 퇴근 후에 제가 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가면 남편이 내가할게 내가할게 나섭니다. 그러면서 이런 궂은일은 오빠가 할게 합니다.

그리고 주말엔, 우리 마누라 쭉 집에 있었는데 콧바람 좀 쐬어 줘야지 하면서 외출 계획 세웁니다.

그리고 재택근무하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면 남편이 미안하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정색하며 나 어린애 아니다, 밖에 나가 돈 버는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에 뭘 그러냐 하니

나도 너가 쉬면서 감 떨어지고 경력단절 되면 안 되니까 재택근무로 일하는 거 어느 정도 맞다고 보는데, 그치만 내가 몇십억 있었다면 너가 일 할 생각 안 할 것 아냐. 그래서 속상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거에 있어서 제가 가격 때문에 주저하거나 안 하면 남편이 그럽니다. 그러지 말라고. 너 그런 거 하라고 돈 버는 거라고.

또 남자의 가치는 어떤 차를 타고 어떤 시계를 차는 데에 있는 게 아니다. 부인과 자식이 하고 싶은 걸 돈 때문에 못 하거나 하기 싫은 걸 돈 때문에 해야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진정 멋있는 남편이자 아빠이다.

 

남편이 이렇게 나오니 저절로 집안일은 평일에, 남편 퇴근 전에 해 놓습니다.

남편 좋아하는 음식 해보려고 흉내도 내보고, 시댁과의 소소한 갈등도 참아 봅니다.

저도 일해봤기에 회사에서 온갖 아.더.매.치(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한)한 상황 겪을 남편이 안쓰러워 아침엔 손수건과 회사 가서 먹을 간식 챙겨주며 배웅해 줍니다. (저희 남편은 아침 먹는 버릇이 다행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남편이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쉬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할 생각입니다. 제가 벌면 되니까요. 그리고 막상 현실이 되면 힘들겠지만 혹 권태기가 오거나 부부 사이의 시련이 오더라도 지금까지 남편이 보여준 사랑을 생각하며 참아볼까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전업주부이기에 집안일 다 하지만 전 남편이 가부장적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억지로 한다거나 강요당하는 느낌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그냥 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당연하다고 해서 당연함을 강요하면 상황에 따라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거죠.

우리 학창 시절에 그런 이야기 많이 했잖아요. 공부하려고 하는데 공부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진다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지만 공부해라, 공부 안하냐? 누구네는 이 정도도 못해 주는데 몇등 하는데 넌 뭐니 이러면 공부할 맛 안 나잖아요.

전업주부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당연하고 맞는 말이어도, 너가 당연히 해야지.  집안일 하기 싫음 니가 나가서 돈벌어와. 돈 버는 건 쉽냐? 남들 누구네는 나보다 못 벌어다줘도 따슨밥 해다 바치는 데 넌 뭐냐, 꼭 내가 있을 때 그 일을 해야 하냐? 이런 식으로 지적질 당하면 해야 하는 거 알지만 억지로 하게 되는 느낌이 드는 거죠.

물론 남편에게도 마찬가지이구요. 누구 아빠는 아침밥 안 차려줘도 돈 잘만 벌어오더라 이럼 안 되겠죠.

 

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요. 말 한마디에 천냥빚도 갚는다구요.

전업주부가 집안일 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남편분들, 전업주부인 부인들께 다정한 말한마디 건네 보세요. 말 한마디에 돌아오는 게 많을 겁니다.

물론 그렇게 했음에도, 즉 너 쓰라고 돈버는 거라고 했다고 말도 안되는 사치를 일삼는다거나 궂은일은 남자가 하는 거야라고 했다고 정말 집안일에 손 놓는 그런 여자라면 그때 분리수거해도 늦지 않아요. 


Posted by 잠이깬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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