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느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30년 동안 반복되는 아내의 거짓말(?)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유행어가 있었죠.
 
그런데 미인도 아니면서 잠꾸러기면 어쩌죠? 아내는 유달리 잠이 많습니다. 

잠이 모자라면 하루 내내 시들시들하지만, 푹 잔 날이면 아주 날아다닙니다.



아내가 늦잠을 잘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스스로 자기 할 일을 한 덕분이지요. 

공부 빼곤 말입니다. 

거기다 두 아이 모두 중학교부터 외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아침이 바쁘지 않았습니다.



늦잠보 아내를 둔 죄로 아침밥상은 거의 제가 차립니다. 

밥상이래야 반찬 몇 가지와 밥뿐입니다. 

둘 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풀밭이지요. 

국이나 찌개는 만들기 귀찮아 안 먹어 버릇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장도 비빔밥으로 하지요. 

예전 어른들께서 비빔밥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했는데…. 

국물이 없는 비빔밥이 속을 더 뒤집을 것 같지만 오히려 깔끔합니다.



가끔은 국을 끓이는데 그날이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어제 원두밭 두렁에서 쑥을 좀 뜯어 왔거든요. 

쑥은 캐는 것보다 다듬는 데 정성이 더 듭니다. 

이파리에 붙은 자그마한 검불을 다 떼어내야 하거든요.



어제 저녁 일부러 자랑하려고 쑥 봉지를 식탁에 턱하니 펼쳐놓았는데, 

아내는 못 본 건지 서운하게시리 뭔 말이 없더군요. 

아무튼 된장 풀고 마늘 양파 대파 굴을 넣고 쑥국을 끓었습니다.



그런데 코감기 때문인지 간 맞추기가 어렵더라고요. 

밍밍한 게 깊은 맛이 나지 않아요. 

할 수 없이 아내를 깨워 간 좀 봐주라했더니, 머리칼을 풀어헤친 웬 귀신이 주방으로 옵니다.



그리곤 딱 한 모금 홀짝이더니 “들깨가루 두 숟가락” 하고는 홀연히 사라집니다. 

아내 말대로 했더니 확실히 맛이 나긴 나네요. 

뜬금없이 아내에게서 장금이가 보입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식탁에 앉은 아내에게 여태껏 잠을 많이 잤어도 미인이 되지 않았으니, 

이제부터 빨리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몇 년 더 기다리면 미인이 될 거라네요.



아니 미인은커녕 점점 더 쪼그라드는데, 언제 미인이 된단 말입니까. 

아내는 외려 지금보다 더 많이 자야 미인이 될 것 같다며 30년을 속이고 있습니다.


Posted by 잠이깬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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